냉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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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명가 ③] 모르면 간첩! 전국 유명 함흥냉면집

평양이든 함흥이든 냉면은 이북 사람들의 음식이다. 당연히 이북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 유명집이 많다. 서울이 대표적이다. 피난민이 많이 몰렸던 강원도 속초와 부산 등 경상도에도 유명한 집이 몇 곳 있다. 대개 실향민들이 처음에는 문을 연 곳이다. 다음은 지방의유명집들.


예지동 곰보냉면

오장동 흥남집·명동 함흥면옥과 함께 서울의 3대 함흥냉면집으로 꼽힌다. 서울 종로 4가 끝자락인 예지동, 1970년대의 시장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시계 골목 안에 있다. 곰보는 말그대로 '얼굴 흉터'를 말한다. 1961년 처음 이 집을 오픈했던 함흥 출신 사장 부부의 얼굴에 흉터가 있어 붙였다고 한다.

지금은 배정지(65)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원주인 때도 장사가 잘돼 아주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영을 잘못해서 망하게 된 것을 제가 인수했죠. 그때가 1987년 10월인데 이듬해 2월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함흥냉면의 명가로 꼽히지만 배 사장은 함흥과는 상관없는 경북 안동출신이다. 장안에 소문난 맛은 30년째 배 사장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조완영(52) 주방장의 공이라는 것이 배 사장의 설명이다. 한우 사골등을 넣고 끊인 육수는 고소하다.

육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르헨티나산 가오리를 사용하는 회(꾸미)의 양은 보통이지만 양념은 자극적이지 않고 달지도 않다. 48년간 시계 골목을 지키던 곰보냉면이 곧 이사를 간다. 재개발 탓에 현위치 맞은 편의 세운스퀘어 4층으로 빠르면 오는 9월 옮긴단다.

명동 함흥면옥

명동에서 45년째 영업 중이다. 원래 함흥이 고향인 실향민 사장이 처음 문을 열었다. 지금은 그의 외조카인 박영철(60)사장과 동생 박민철(50)씨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함흥냉면 3대 명가답게 졸낏한 면발, 짭짤한 육수, 오독오독 씹히는 꾸미 등 나무랄데 없다. 양념도 달콤해 먹기 좋다.

일본 관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다른 냉면집과 달리 젊은 손님들이 많은 게 특징.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이 적어 남자들은 사리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는 강북 유명 냉면집 중 으뜸이다. 육수가 비면 종업원들이 손살같이 달려와 따라준다. 너무 자주 채워져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 '손님이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분위기도 냉면집 같은 느낌이 없을 정도로 좋다. 휴지도 일회용 물수건처럼 생긴 개인용 휴지를 내놓는다. 그래도 박영철(60)사장은 "종업원들에게 그때 그때 교육을 시킨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지만 그래도 아직은 멀었다"고 말한다. 명동 충무김밥집 골목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있다.

속초 단천식당

3대째 냉면 맛을 이어오고 있다. 단천은 식당을 처음 연 김화종(작고) 할아버지의 고향이다. 함경북도 단천군 출신인 김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후 남으로 내려와 강원도 속초 아비아미을에 정착한 후 1970년대 초 개업했다. 이후 며느리 윤복자씨에 이어 지금은 손자 김한성씨(40)가 운영하고 있다. 동해에서 잡힌 가재미(7000원)와 명태(6000원)를 꾸미로 올리는 것이 서울과 다른 점이다.


부산 내호냉면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피난촌인 부산시 남구 우암동에서 문을 연 후 57년째 한 자리에서 맛을 이어오고 있다. 함경남도 흥남시 내호동 출신인 이영순(작고)할머니에 이어 정한금(작고)-유상모(62)-유재우(30)씨까지 4대째 이어오고 있는 집이다.

이 집은 육수 맛이 뛰어나다. "이틀에 한번 한우 사골에 마늘과 생강 등을 넣고 7시간 이상 고아서 만든다"는 것이 유상모 사장의 설명이다. 부산 밀면집의 원조로도 유명하다

대구 대동면옥

대구에서 '이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유명하다. 1951년 문을 열었지만 여러번 주인이 바꼈고 현재는 1988년 인수한 이옥자(54)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시간대를 잘못 잡으면 번호표를 받고 30분 정도는 줄을 서는 것이 기본이다. 섬유회관에서 서성네거리 방향으로 가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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